아시아 지역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CFO, 이인경 동문과의 인터뷰

2023-01-16l 조회수 3322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눈이 켜켜이 쌓이는 2023년 한겨울, 이인경 MBK파트너스 CFO 동문(경제학부 87학번)을 만났습니다.

어떤 학부생활을 보내셨나요?

▶ 그 당시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친구나 유학 준비하던 친구 외에는 공부를 열심히들 안 할 때여서 저는 치열한 학부생활을 보내지는 않았어요. 취업, 학업과 관련되지 않는 활동을 많이 하던 시기였죠. 저는 졸업반 때 경제과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꾸려 대학원 진학 준비도 공들여 했었는데, 결국 진학하지 않고 취직했어요.

인상깊은 학교 수업/동아리 등이 있으신가요?
▶ 저는 이준구 교수님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이준구 교수님은 굉장히 젊은 축에 속하셨고, 수가 적었던 여학생들을 잘 챙겨주셨어요. 수업도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예도 많이 들어주셔서 재미있었죠. 정운찬 교수님도 당시 제자들과 잘 어울리셨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요. 타교생들과 교외 동아리 활동은 했지만 교내 동아리를 딱히 한 것이 없어서 좀 아쉬움이 남네요.

처음 외국계 보험회사에 입사하게 된 경위 및 동기가 궁금하고, 어떤 업무를 맡으셨나요?
▶ 그 당시 취업시장은 호황기여서 저희 학부생들은 지원만 하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 취업이 잘 되는 시절이었어요. 그럼에도 당시 금융회사들은 대졸자로는 여성을 선호하지 않았고, 많은 경우 대졸자·고졸자 구분 없이 여자들은 사내에서 유니폼을 입게 했던 시절이었어요. 저는 제 관심사였던 금융쪽으로 취업을 원했으나 어린 마음에 유니폼은 용납이 안 되어서 외국계 금융회사를 찾았어요. 그때 외국 컨설팅펌이나 투자은행의 경우 국내 몇 군데 연락사무소 정도만 있고 직원들도 정식으로 채용하는 절차가 없었기에 저는 제 서류를 무작정 이름 들어본 외국계 금융회사에다 보냈죠. 제가 첫 직장으로 입사한 라이나 생명이 그 중에 하나였죠. 라이나 생명 입사 후 저는 계리부에 배정되어 상품 설계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어요. 그 당시 미국 계리사들은 돈도 많이 벌고, 보험회사에서 상당히 필요한 직군이었었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계리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들이 미비했었어요.

그러다 보험회사에서 어떠한 계기로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신 건가요? 회계사를 하기 위해 경영대학원을 진학하셨다고 읽었는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건가요?
▶ 그때만 해도 경제학부 학생들은 CPA를 준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라이나 생명과 같은 건물에 대형 회계법인이 있었는데, 회계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동시에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회계지식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이 강조했었는데 이에 공감하여 CPA를 준비하리라 결심했죠. 그런데 공부 방법도 잘 모르겠고 자료도 얻기 어려워서 우선 경영대학원에 진학해서 비슷한 학우들을 만나고 스터디하며 함께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어요.
  제 생각에 인생의 다음 단계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의해 크게 영향받는 것 같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생의 장기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짧은 계획을 촘촘히 짜고 그때 최선을 다해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보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더라고요.

회계법인에서 어떠한 업무를 맡으셨나요?
▶ 저는 회계사 시험 준비하면서 세법을 재미있게 공부한 차라 처음부터 안진회계법인의 세무부서를 지원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국내 대기업보다도 국내에 들어와있는 작은 해외법인들을 많이 담당하게 되었는데 조금 아쉬웠죠. 부서 선배들의 이야기로는 제가 여자고 영어실력이 되니까 좀 편하고 영어가 필요한 일을 맡겼다고 하는데, 일 욕심이 많을 때라 일 배치에 불만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하기 싫거나 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중에 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당시에 맡았던 외국계 회사들의 이슈들에 대한 경험이 이직 후 일하는데 도움이 많이 돼었죠. 여러분들도 신입사원 때 불필요한 것 같은 작은 일들이 주어지더라도 조급해하지 마세요. 그 귀찮았던 일들이 나중에 귀한 경험이 될 수 있어요.

Morgan Stanley Properties로 이직하고 나서는 어떠한 업무를 주로 하셨나요?
▶ 회계법인에서 제 클라이언트 중 하나가 Morgan Stanley였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한국에 Morgan Stanley의 부동산 펀드인 MSREF의 운용사인 MS Properties 를 설립할 때 제가 CFO로 조인해서 조직셋업하는 걸 도왔어요. 그때가 IMF 끝날 때여서 한국에 PE들이 거의 없었어요. 노하우도 얼마 없었고, 인원도 거의 없었죠. 한미은행과 제일은행 인수 및 매각도 이때 이뤄졌어요. MSREF는 한국에서의 투자를 부실채권투자로 시작했으나 2000년 중반부터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많이 했고 꽤 성공을 거뒀죠.

MBK 파트너스로는 어떻게 이직하게 되셨나요?
▶ 국내 사모펀드의 역사는 2004년 말 국내에서 최초로 사모펀드 법이 제정되며 시작해요. 당시 국내에 사모펀드로 등록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었기에 1세대 사모펀드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MBK 파트너스도 그 중 하나였어요. 저는 2006년에 MBK에 CFO로 조인했으니, 17년째 근무하고 있네요(웃음). 그동안 MBK 파트너스가 운용한 블라인드펀드는 7개로, 누적 AUM은 약 30조원입니다. 인원도 20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등 총 5개 사무실, 약 120명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어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시장별 각각의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간략하게 소개주실 수 있나요?
▶ 좋은 질문이네요. 먼저 한국은 세 나라 중 경제규모 대비 딜 규모가 커요. ‘재벌’과 같은 큰 기업집단들이 많고 이들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인 이유가 크죠. 이런 기업집단은 구조개선시 핵심영역이 아닌 자산들을 매각하고자 할 때 타 기업집단보다는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를 선호하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매수자가 되기도 해요. 그런 이유로 MBK 파트너스는 한국 사무실의 인원이 가장 가장 많습니다.
  일본은 경제규모가 크다 보니, 시장 자체가 매우 커요. 또 한 가지 특징은 행동주의 펀드가 많고 상장회사들에게 배당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MBK는 이럴 때 경영진의 요청을 받아 공개매수 등의 방법으로 비상장회사로 바꾸는 투자를 한 후 보다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회사의 가치를 키웁니다. MBK의 대표적인 일본 투자 사례로는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이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중국은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습니다만 PE시장이 빨리 성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도나 회계적으로 아직 많이 불투명한 부분이 있어서 위험도 있지만, 경험과 충분한 실사 등으로 가치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저희는 투자후, 특히 내부통제제도나 시스템을 개선 및 정비하는 데 집중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모두 시장의 특징이 다르고 이에 따라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도 다르지만, 저는 세 국가를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PE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저희같은 PE 운용사들은 기업을 실제로 밸류업(value-up) 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출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데에도 집중해 결국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데 전문가인 사모펀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BK 파트너스에서 하시는 일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현재 파트너의 한명이자 CFO로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들의 재무, 자금, 세무 및 리스크 업무를 책임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LP Relations(투자자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LP Relations가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MBK 파트너스는 기관 전용 펀드로 국민연금 등 다양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펀드레이징시 이러한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약정을 받고, 정관합의, 사후관리 등 저를 비롯한 팀원들이 하고 있어요. 저희는 현재 7개의 펀드에 걸쳐 150여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어요.

사모펀드에 잘 맞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업무가 많은 편이니 아무래도 이해력이 좋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이 입사해요. 그리고 투자팀 입사시에는 모델링 시험을 보는 PE사들이 많으니 모델링을 해본 경험이 중요하겠죠.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PE사들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 먼저 컨설팅/투자은행/회계법인 등에서 경험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한 예로 컨설팅펌의 경우, 체계적인 트레이닝 하에서 다양한 회사에 대한 전략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또 발표 역량이 뛰어난 것도 큰 장점 같습니다. 경력과 더불어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저와 같은 재무팀 입사사에는 회계법인에서의 세무부서나 감사부서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재무정보를 읽는 일에 익숙해야하고 국제조세나 상법 자본시장법등 금융관련 법규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되죠.

학부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 특별히 좋은 진로라는 것은 없는데 자신에게 잘 맞는 진로는 있는 것 같아요. 학부생 여러분은 전혀 늦지 않았으니,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반드시 끝까지 해볼 필요도 없고요. 물론 힘든 걸 참아볼 필요는 있지만, 여러 일을 해보세요. 또 취업난이다, 취업난이다 하는데, 실상 기업은 좋은 인력이 항상 부족해요. 커리어에 대해 너무 압박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경제학부 학생들은 역량이 좋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대학교 친구와 대학생으로서의 경험은 평생 가는 자원입니다. 취직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여러 일들을 해보시면 좋을 것이에요. 그런데 언어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영어는 나중에 일할 때 굉장히 도움되는데, 특히 말하기 말고도 written English가 중요해요. 잘 쓰는 사람은 무게감이 있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언어공부는 더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언어 공부는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기획/편집: 유재서, 황세희
진행: 한현우
제작: People of 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