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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ni Interview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채준 동문과의 인터뷰

2024-12-03l 조회수 117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2024년 10월 초,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채준 동문(경제학부 86학번)을 인터뷰했습니다.

어떠한 학부 생활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학부생 때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그때는 구체적인 목표나 비전 보다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오는 게 목표의 끝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학창시절 여러 길을 생각했었죠. 처음엔 재경고시나 행정고시를 고민했었는데, 민법총칙 책 20페이지 읽고 나서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싶었죠. CPA 공부도 해봤는데, 남이 사업한 내용을 감사해야 하는 CPA 업무가 재미 없더라고요.
  그러다 주변에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대학원을 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원에 간 뒤에는 김영진 교수님 연구실에서 조교를 하면서 교수님들이 연구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교수라는 길이 잘 맞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교수의 길을 준비하게 된 거죠.

교수님의 주 연구분야인 재무금융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 재무금융 분야는 기업과 개인의 재무분야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다뤄요. 세분야가 있는데 기업재무, 투자론, 금융기관경영론이 있어요. 기업재무의 분야에서는 예를 들어, 현대차가 중국 상하이에 투자할지, 북경에 투자할지, 어느 정도 규모로 해야 할지, 그리고 투자가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또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고민합니다. 자본금을 늘릴 건지, 은행 대출을 받을 건지, 채권을 발행할 건지, 아니면 내부 유보금을 활용할지 결정하는 거죠.
  돈을 벌면 배당을 지급할지, 아니면 다시 투자할지 고민하게 되고, 배당을 준다면 어떤 방식으로 줄지도 결정해야 해요. 이와 함께 항상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위험 관리입니다. 기업 활동에서의 현금 흐름에는 변동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 변동성을 관리해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에요.
  한편, 투자론에서는 주식, 채권, 보험, 현금, 부동산 같은 다양한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다뤄요. 이런 자산 관리는 특히 헤지펀드와 같은 금융회사에서 중요하죠. 기업 재무는 조직 내의 재무의사결정을 다루는 반면, 투자론은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최적 투자활동과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주식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같은 시장의 원리를 연구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분야가 금융기관 경영론입니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같은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과 다릅니다. 은행 같은 경우는 실물 자산보다는 대출 자산과 예금 부채 같은 금융 자산이 중심이에요. 예를 들어, 은행의 대출은 자산이고, 예금은 부채죠. 그래서 금융기관은 대출과 예금을 조화롭게 관리해서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투자론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와 비슷한 원리죠.
  결국 재무금융은 기업의 자금 조달과 운용, 투자 관리, 그리고 금융기관의 경영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룹니다. 제 연구는 특히 투자론과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그리고 주식 관련 주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학사, 석사, 박사의 학위가 경제학, 통계학, 재무학, 금융학으로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전공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며, 서로의 전공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 경제학을 하다 조금 더 실질적인 분야를 하고 싶었어요. 찾아보니까 경영학이 있었고, 경영학 중에서 경제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Finance입니다. Finance를 전공하고자 유학을 결정하였지만 학부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재무 분야 공부의 기초를 닦기 위해 통계학 석사를 했어요. 통계학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다 보니 흐르는 대로 전공을 한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제가 전공한 모든 분야들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듯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경제학 연구를 하면서도 통계학이 쓰이고, 재무학, 금융학 연구를 하면서도 경제학이 쓰이는 것처럼요. 따라서 결국 모두 필요한 분야들을 전공했다고 볼 수 있죠.

LG 이노텍, 현대 중공업의 사외이사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 기업의 재무 상태나 운영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어드바이스를 하는 역할이에요.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 기업 운영 등의 측면에서 괜찮을지, 문제가 있을지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가 보기에 괜찮은 건 이사회에 올리고 아닌 건 다시 수정해서 가져오라고 합니다. 결국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조언하고 점검하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많은 자산운용위원회, 성과평가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위험관리 위원회, 리스크관리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계시던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 자산운용위원회, 성과평가위원회, 리스크 관리위원회 같은 활동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특히 국민연금의 리스크 관리위원회 같은 경우는 전문가의 역할이 크죠.
  이런 데서 내가 하는 일은 단순히 의견을 내는 게 아니라, 전문가로서 애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돕는 거예요. 비전문가와 전문가의 차이는 이런 데서 드러나요. 비전문가는 상황이나 세태에 따라 귀가 얇아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환율이 떨어지면 그냥 ‘올라가겠지’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문가는 달라요. 전문가가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의 연구자들이 리서치한 걸 공부해왔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증권회사 직원이 '이 주식이 좋다'고 말하면, 이유를 물었을 때 보통 '본인 경험에 따르면 이러이러하다 '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런 건 그냥 개인의 단발적인 경험치일 뿐이에요. 사람들이 실무를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끔 그중 누군가가 운 좋게 맞추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사람이 또 맞추라는 보장은 없죠.
  반면 전문가가 하는 일은 수천, 수만 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적으로 맞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높이는 거예요.
결국 중요한 건 안정적(stable)이고 일관성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에요.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하려면 오랜 시간 공부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상황이나 시대가 달라져도 통할 수 있는 지향점과 기반이 있어야 하니까요.

AI의 주식투자에 대한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AI의 주식 투자 전망에 대해 얘기하면, 저는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AI가 '이 회사 주식이 좋다'고 하면 정말 믿을 수 있을까요? 만약 사람들이 그 말을 전적으로 믿으면 그 주가는 폭등했다가 또 폭락할 수도 있잖아요.
경제학에서는 '이퀄리브리엄(균형)'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요. 그런데 AI로 주가를 계속 올리고 내리면 그건 균형이 아니라 반복적인 왜곡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경제는 단순히 한쪽 변수만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하나의 변화가 다른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게 다시 되돌아오는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예를 들어 ‘Behavioral Finance’은 인간이 비이성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출발해요. 사람들이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주가가 오른다든지, 이런 현상을 분석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가설을 테스트하려면 독립변수에 낙관적인 지표, 결과변수에 주가 지표를 두고 분석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게 단방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이 계속 반복되니까 테스트 자체가 쉽지 않아요.
  이와 관련된 연구 중 하나가 월드컵 우승이나 유럽 축구 대회 우승이 그 나라의 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논문이에요. 이건 월드컵 우승이 주가를 올릴 수는 있어도, 주가 상승이 월드컵 우승을 만들어내진 않으니까 테스트가 가능하죠.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조차도 최고 수준의 저널에 실렸다는 것을 보면, 이 실험을 검증하기 위한 변수의 선택이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AI가 주식 투자를 잘 맞춘다 해도 그게 AI의 능력인지, 아니면 AI를 믿는 사람들의 시장 움직임 때문인지 알기 어려워요. 게다가 어떤 AI가 잘하게 되면, 이를 이기려는 또 다른 AI가 나올 테고, 결국 이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잠깐 좋은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승리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순 없어요.
  재무학의 핵심은 '수익이 높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건 인간이든 AI든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평소 즐겨보는 매체 혹은 저널이 있으신가요? 이중 학부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매체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학생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경제신문을 반드시 보라고요.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말만 하지 말고, 종이 신문을 구독하라는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경제신문 본다면서 결국 게임하고 딴짓하기 쉽잖아요. 그래서 저는 종이 신문을 구독해서, 학교 갈 때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금부터 딱 2~3개월만이라도 실천해 보라는 거죠.
  구식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왜 종이 신문이냐면, 우리는 로봇이 아니잖아요. 로봇은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빠짐없이 경제 뉴스를 검색할 수 있겠죠. 근데 인간은 그렇게 못해요. 아침 7시에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10분 뒤엔 게임하고 있을걸요? 인간은 이런 행동을 규율화할 구조가 필요해요. 그게 바로 종이 신문이에요. 손에 들고 보면, 집중하기도 쉽고 하루 루틴도 잡을 수 있거든요.
  어떤 신문이 좋냐고요?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다 괜찮아요. 중요한 건 꾸준히 보는 겁니다.

학부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학부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Armchair Economist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시카고 대학 교수들이 말하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현실 사례에 비춰서 정말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에요.
  요즘 많이들 읽는 괴짜 경제학도 좋지만, 저는 Armchair Economist를 읽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괴짜 경제학은 조금 특수한 사례들에 집중된 책이거든요. 그리고 행동주의 경제학 책들, 예를 들어 리처드 세일러 같은 사람들이 쓴 책들도 재밌지만, 이런 책들은 고전 경제학의 기본을 먼저 배우고 나서 읽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항상 중요한 건 기본 원리를 아는 거예요. 먼저 미시, 거시경제를 배우고, 그 다음에 금융이나 노동, 개발 경제 같은 세부 분야로 나아가는 거죠. 기본 없이 세부분야로 가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거든요.

  Armchair Economist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 이야기가 있어요. 자동차 보험료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여러분이라면 보험회사랑 계약서를 쓸 때 어떤 문구를 넣겠어요? 이 책에서는 이런 재밌는 표현이 나와요.

"나는 운전할 때 핸들에 30cm짜리 칼을 꽂아놓겠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운전 중에 사고가 나면 내가 다치니까 더 조심해서 운전하겠다는 거죠. 사실 이 원리가 지금의 자동차 보험 계약서에도 녹아 있어요. 바로 '자기부담금'이라는 조항이에요. 사고가 나면 자기가 일정 금액을 내야 하니까, 사람들이 더 조심히 운전하게 되는 거죠.
  보험회사는 이 자기부담금을 통해서 운전자가 얼마나 조심성 있는 사람인지 알게 돼요. 안전하게 운전할 자신 있는 사람만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또,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도 비슷한 원리예요. 블랙박스를 단다는 건, 이 사람이 조심성 있는 운전자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니까요.

  이 책은 이렇게 일상적인 사회 현상을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쉽게 설명해 줍니다. 정보 비대칭성이나 본인-대리인(Principal-agent problem) 문제 같은 경제학의 중요한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줘요. 학부생들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경제학부 학부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최소 20년 정도 나이가 많은 멘토를 가지세요. 동기나 1~2살 차이 나는 사람은 멘토가 될 수 없어요. 이들은 여러분의 삶의 경험을 뛰어넘기 어렵고, 나중에 직장에서 경쟁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멀리 앞선 경험을 가진 멘토는 여러분에게 장기적인 시야를 제시할 수 있어요. 먼 곳을 보고 걸어야 눈 덮인 길에서도 곧바로 걸을 수 있는 법입니다.
  삶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50대에 무엇을 할지 정하면, 40대, 30대, 그리고 20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가 보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세상을 경험하세요. 수학, 철학, 사회학, 통계학 등 여러 과목을 접하며 자신의 폭을 넓히세요. 너무 좁은 전문성은 오히려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시각이 삶의 버퍼 역할을 합니다.
  1학년, 2학년 때는 인턴보다는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으며 세상의 넓음을 느껴보세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쌓으세요. 사회를 이해하고, 사람을 알아가는 경험이 쌓여야 이후의 직업적 판단도 올바르게 할 수 있습니다.
돈은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거래하는 수단이에요. 돈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삶의 편안함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기부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기부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속한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에요. 남을 위한 기부이지만 결국 이는 자기를 위한 기부가 될 것입니다.
  해외 경험은 꼭 필요해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타산지석의 기회를 얻으세요. 다른 나라의 장점과 단점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여러분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특히, 전 세계 최선진국인 미국의 기부 문화, 일본의 사회적 변화 등을 배우는 것은 우리나라와 자신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돼요.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리더로서의 시야를 넓혀 나가는 것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거에요.



기획/편집: 박세현, 김동건

진행: 박세현, 김동건
제작: People of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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