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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ni Interview

본교 자유전공학부 최초 여성 교수, 황지수 동문과의 인터뷰

2022-11-07l 조회수 4283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이는 2022년 한가을, 본교 자유전공학부 최초 여성 교수 황지수 동문(경제학부 04학번)을 만났습니다.

교수님은 어떠한 학부 생활을 보내셨나요?
▶ 전반적으로 즐거운 학부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듣고 싶은 수업 듣고, 선후배들, 동기들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대학생활이 좋았어요. 당시 사회과학대학은 광역 선발로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사실 저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서 외교학과를 염두에 두고 사회대에 입학했었어요. 그런데 1학년 전공탐색기간 때 처음으로 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을 느꼈죠. 그래서 경제학으로 전공진입을 했습니다.

인상 깊은 학교 동아리나 수업이 있으신가요?
▶ 외교관을 생각하던 1학년 시절에는 모의UN 활동을 활발히 했었습니다. 또 SNUPO에서 플룻을 맡아 합숙도 하고 문화관에서 연주회도 했었죠. 그러나 경제학부 법경제학 학술동아리 LES 활동이 단연 기억에 남네요. 제가 LES 1기인데, LES를 창립했던 선배들이 뽑은 첫 기수였죠. 이후에는 회장도 맡았었습니다. LES 활동을 하면서 모의공정거래위원회 경연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았는데, 수상도 기뻤지만 이 활동이 제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어요. 처음으로 수업 외적으로 경제학 지식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제학의 실용적인 측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죠.


  LES 활동을 하며, 그리고 고학년 전공 수업을 들으며 경제학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느껴 대학원을 점점 생각하게 되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유학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보니, 경제학부생의 주요 진로 옵션들(로스쿨, 고시, 금융권 등)을 모두 고민했었고, 어느 것이 저한테 더 맞는지를 알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습니다. 법대 학부 수업도 들어보고, 금융권 인턴도 해보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며 저와 잘 맞지 않은 것은 진로 옵션에서 하나씩 배제했어요. 그런데 경제학은 공부할수록 계속 재밌더라고요. 결국 3학년 2학기쯤엔 대학원 진학으로 마음을 먹었죠.
  수업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인간과 우주> 교양 수업입니다. 과제가 버들골에서 별자리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는데,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별을 그리던 게 생각이 많이 나네요.

하버드대(Harvard Univ.) 경제대학원 박사과정을 직행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 3학년 2학기에 유학을 결심해서 학부 4학년때 경제학 대학원 수업을 수강했고, 수학과에서 수학 수업도 더 듣고, GRE도 끝냈습니다. 그때도 유학은 국내 대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박사과정 유학 지원할 때 학부 4학년인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경제학을 계속 하고 싶었고, 유학을 가기로 한 이상 얼른 미국에 가서 직접 부딪혀보고 싶다는 마음이 굉장히 강했어요. 말리는 분들도 계셨으나 저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네요(웃음).
  박사과정에 지원할 때 경제학 및 수학 수업 수강 목록과 성적, GRE와 TOEFL 점수, 그리고 교수 추천서 최소 3장을 제출해야 했어요. 지금은 Writing Sample도 필수인 곳이 많지만, 그 당시 하버드대는 필수로 요구하지 않았어요. 학부생인 저는 Writing Sample이 없었고요.

유학의 또 다른 큰 장벽으로는 영어가 있을 텐데, 교수님은 어떻게 준비를 하셨나요?
▶ 저는 어렸을 때 외국 생활을 오래 했어요. 중3때부터는 쭉 한국에 있었지만 어린 시절 외국에 살았기 때문에 언어장벽은 없어요. 그런데 유학생활 하면서 보면, 영어 발음보다도 태도가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발음이 좀 안 좋고 문법 좀 틀리더라도, 어떻게든 영어를 더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금방 늘더라고요. 그러한 적극적인 성격이라면 유학에 있어 영어가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응용미시경제학 중에서도 고용 및 인구구조 변화를 연구하는 노동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하버드대에 입학할 때만 해도 각 연구 분야에 대해서 사실 잘 몰랐어요. 요즘은 RA 기회도 많고 석사를 하면서 준비를 굉장히 잘 해서 유학을 가는 편인데, 그에 비해 저는 모험을 떠나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이에 편견이 없었어요. 그래서 미시, 거시 할 것 없이 런치 세미나를 전부 참석했고, 수강하는 과목들 이외에 청강도 자주 했어요. 몸이 모자라는 느낌이었죠.
  그중 Raj Chetty 교수님의 Public Economics 그리고 Alberto Alesina 교수님의 Political Economy 수업을 들으면서 응용미시경제학 분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박사논문 연구주제를 선정하며 제가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결혼, 일과 가정 이러한 토픽에 관심이 많음을 알게 되었고, 해당 분야의 대가인 Claudia Goldin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어요. 손꼽히는 여성 경제학자셨기에 찾아뵙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제 아이디어를 말씀드리는 첫 미팅을 가졌는데 교수님이 들어보시더니 다음주에 또 와보라고 하셨죠. 그렇게 Goldin 교수님의 지도학생이 되었습니다. 이때가 제 아카데믹 커리어에 있어서 터닝포인트였어요. Goldin 교수님을 롤모델로 삼으며 하고 싶은 연구와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이 구체화되었죠.  

연구 측면과 생활 측면에서 현지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생활 면을 먼저 이야기하면 박사과정 라이프는 정말 외로워요. 박사 3년차부터는 수업도 거의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요. 그리고 타지다 보니 학교 밖에는 아는 사람도 적고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 자체도 그리웠죠. 최대한 정상적인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수업이 없어도 매일 연구실에 나갔어요. 그런데도 며칠간 말 한 마디 안 한 적도 있어요. 방학 때는 위스콘신에서 경제학 박사과정 중이던 남편과 함께 지내서 훨씬 나았지만요.  
  연구 면에서는, 연구라는 것이 누가 준 문제가 아닌 새로운 문제를 본인이 생각해내 몇 년이 걸리든 그 분야를 파헤쳐서 새로운 결과와 insight를 찾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창의적인 과정인데,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꼭 떠오르는 건 아니니 처음에는 상당히 막막하죠. 또 주제를 잡아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과연 적절한 데이터를 잘 찾아서 분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유의미한 결과가 몇 년 이내에 나올지 스트레스를 받았죠.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나아지지만 대학원생때에는 이런 점들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셨나요? 교수님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궁금합니다.
▶ 사람마다 다르지만 제 습관 중 하나는 걷기에요. 지금도 뭔가 막히면 220동 앞을 맴돌곤 합니다. 또 쉴 땐 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유학 시절 휴일이나 명절 때도 혼자 연구실에 나갔던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건 추천하지 않아요. 번아웃이 올 수 있고, 생산성에도 하등 도움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365일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너무 지쳤거나 안 풀릴 때는 짧게 여행을 다녀오거나 업계 외 사람들을 만나보는 등 재충전하는 것을 추천해요.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은행에 입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이건 개인적인 이유가 컸습니다. 제가 하버드에서 박사과정 5년 하는 동안 남편이랑 롱디(long-distance) 커플이었어요. 그래서 박사 졸업하면 같이 살기로 약속했는데, 두 명의 경제학 박사가 미국 한 도시에 job을 잡기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 당시 커리어면에서는 물론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이렇게 졸업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도 내가 과연 여기서 혼자 연구를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다행히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국내에서 연구하기 좋은 환경이었어요. 국내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국제기구와의 협력이나 정책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고, 여러 분야 경제학 박사님들이 계시니까요. 하지만 저는 응용미시경제학 전공이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더 자유롭게 하려면 학교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한국은행에 1년 있다가 한국외대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조교수, 부교수 생활을 하며 논문도 처음 publish하고, 아이도 낳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부터 서울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신지 말씀해주세요.
▶ 자유전공학부 교수님들은 각자 다른 전공을 맡고 계세요. 저는 경제학을 가르치고, 물리학, 수학, 통계학, 정치학, 역사학, 철학 등을 가르치시는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경제학 담당으로 자전에 부임한 것은 제가 처음이에요.
  이번 학기에는 자유전공학부의 전공 수업인 <주제탐구세미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경제학부에서 열리지 않으면서도 경제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전형적인 경제학부 수업처럼 교과서를 따라가기보다는 최근에 어떤 연구가 일어나고 있는지 학부 수준에서 배우며 토론하기도 하고, 이런 연구들이 경제학 외 다른 사회과학 분야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다각적으로 다룹니다(interdisciplinary learning).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인 저출산, 여성 경력단절 등과 관련하여 한국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고무적이었고, 어떠한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지가 궁금합니다.
▶ 한국만큼 빠르게 변하는 나라가 잘 없어요. 몇 세대 안에 나라가 탈바꿈한 케이스이고, 마찬가지로 여성의 사회경제적인 역할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죠.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고, 이에 직장에서도 성평등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젊은 세대의 일-가정 양립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저출산도 그렇고 성평등도 그렇고 본질적인 시스템이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은데,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정책이 보다 집중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어렵겠지만 시스템을 바꾸어 나가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일상(Daily routine)이 어떻게 되나요? 즐겨보는 매체나 출판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학교-집의 연속입니다. 매일 출근해서 연구를 하고, 주요 경제학 학술지들과 NBER Working Papers등을 팔로우하며 제 연구 분야를 keep up하려 해요. 학술적인 것 외에는 출퇴근길에 The New York Times 팟캐스트 The Daily를 자주 들어요. 그냥 기사와는 달리 한 이슈에 대해 30분동안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에 유익한 것 같아요.  

교수라는 직업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 연구를 열심히 하려면 워라밸이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웃음). 일상적인 차원에서는 물론 워라밸이 좋은 직업이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방학도 있고요. 그런데 연구에는 애초에 퇴근, 방학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워크와 라이프의 분리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요. 하버드에서도 여자 교수님들과 여자 대학원생들이 워낙 소수다 보니 한 번 모인 적이 있는데, 그때 대학원생들이 교수님들께 언제 출산하는 게 제일 나은가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떤 교수님께서 한 줄로 요약하셨죠. “It’s always a bad timing.” 저는 지금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아이를 키우며 정말 큰 행복을 느끼지만 커리어와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것’을 할 것이다!”의 이것은?
▶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웃음)! 젊음은 부럽지만 다시 이렇게 열심히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돌아간다면, 저학년이면 친구들이랑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요.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고학년이고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다면, 요즘에는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수업/세션들도 있고, RA 기회도 많으니 그런 새로운 경험들에 저를 노출시켰을 것 같아요. 저는 하버드에서 다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배웠는데, 미리 그런 것들에 스스로를 노출시켰다면 하고 싶은 연구가 생겼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후배 경제학부 학부생들에게 한 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학교부터는 정답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서울대 학생들은 정답을 잘 찾아서 서울대에 왔잖아요. 이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만 정말 중요합니다. 이제부터는 정답이란 것이 없어요. 남들이 다 하는 것, 부모님이 추천하시는 것도 정답이 아닐 수 있어요. 자신에게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러려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러려면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도 여러 분야 들어보고, 동아리도 해보고, 다들 아는 것이 다르니까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보고요. 나만의 small world에서 벗어나야 자기한테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못 찾겠으면 싫어하는 것부터 걸러보세요. 어떤 길이든 어렵고 힘든 순간이 오는데, 그때 자신이 이것을 선택했다는 책임감이 없으면 나중에 그걸 견뎌내기가 어렵습니다. 정답 찾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잘 알아가길 바랍니다.


기획/편집: 유재서, 황세희
진행: 김성진, 최형석
제작: People of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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