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자산운용본부 재무기획팀장, 최원재 동문과의 인터뷰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2023년 10월 말, 가을의 중턱에서 삼성화재 자산운용본부 재무기획팀장 최원재 동문(경제학부 91학번)을 인터뷰했습니다.
어떠한 학부 생활을 보내셨나요?
▶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인 90년대 초반에는, 정치적으로는 민주화가 막 시작된 시기로 혼란스러웠지만, 경제성장률은 6-10%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진로나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지는 않았고, 기업들이 성장을 하면서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던 시기여서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크게 없었어요. 그래도 당시 경제학부는 공무원 또는 사법고시 그리고 일부는 회계사 시험에 학생들이 주로 주목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준비를 좀 했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웃음). 우리 경제학부 졸업생들의 직업이 대체로 사회적으로 심판이나 훈수를 두는 역할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것보단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졸업까지 몇 과목 남겨놓은 채로 군대를 다녀와서 전역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imf가 터졌어요. 갑자기 그 많던, 아무것도 안 해도 온다고만 약속하면 한 달에 몇십만원씩 준다고 했던 회사들이 다 사라진 거예요. 갈 데가 없었는데 다행히 삼성생명에서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99년 1월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입사 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삼성생명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보험회사이고, 자산운용을 굉장히 크게 합니다. 물론 삼성화재도 있지만 화재보험사보다는 생명보험사의 자산 규모가 더 커요. 서울대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자산운용부서에 지원하는데, 그때 저는 보험 영업에 지원했습니다. 입사 후 보험설계사분들께서 보험 영업을 하실 때,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했어요. 이후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해외투자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해외투자팀에서는 해외의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해 종합적으로 자산을 운용합니다. 그곳을 시작으로 자산운용쪽 커리어를 계속 쌓고, 작년에 삼성화재로 오게 되었습니다.
삼성화재에서는 화재보험, 건강보험(실손보험) 등을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지금 몸담고 있는 삼성화재는 자산 규모가 대략 80조 원 정도 되고 작년까지 있었던 삼성생명은 대략 300조 원 정도 됩니다. 자산 규모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두 곳 다 우리나라 생명보험/손해보험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하는 일이 비슷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삼성화재가 삼성생명보다 판매하는 보험 상품이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가요. 자산운용을 할 때 보험 상품별로 특성에 맞게 자산을 매칭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삼성화재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 삼성화재 자산운용본부에서 재무기획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는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보험료가 새롭게 들어오면 그 돈을 매달 어디로 배분을 할 건지. 채권, 주식, 대출, 그리고 부동산의 매도와 매수를 결정하는 부서에요. 또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발생한 손익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최고경영진에 보고도 드리는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 옆으로는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부서가 있고, 기업금융이라고 해서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부서가 있어요. 뿐만 아니라 우리는 또 개인들에게 대출도 해요. 그렇게 여러 부서들에서 실제로 투자를 실행하면, 저는 그분들에게 자금을 배분해 주고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전략을 짜는 그런 일을 하고 있죠. 직접 배를 모는, 노 젓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조타수와 같은 역할입니다(웃음).
지난 인터뷰이분들의 사례를 보면, 커리어 과정 중 이직을 선택하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333’으로 줄여서 이야기를 많이들 하거든요. 입사 후에 3일, 3개월, 3년 주기로 이직 생각이 난다고(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딴 생각이 날 때 쯤 회사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주고, 또 몇 년 뒤에 다시 영국 주재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어요. 요즘은 약간 다르지만 그때만 해도 해외 근무하는 것을 다들 선호했거든요. 주재원에 다녀와서 또 회사 생활을 하다가 임원이 된 이후에는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오래 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경우는 이렇지만 직장을 옮기는 건 자신의 가치를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직장을 옮기는 것을 터부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MBA 경험은 커리어에 있어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 회사에서 1년에 한두 명씩 해외 MBA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운이 좋게 선발이 되어서 런던으로 MBA를 갔어요. 원래 영어 실력이 출중하지 않았는데 MBA를 하는 동안에 다행히 영어로 글을 쓰는 능력이 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업무 하는 데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해외투자팀에서 근무하면 외국인을 상대하고, 또 해외 출장을 갈 일이 많습니다. 이때 MBA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자산운용 업무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 과유불급. 극단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극단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 팔아버리고 싶을 때 하루 더 참으면서 고민해 보는 등의 어떤, 본능과 싸움이 필요해요. 물론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파는 보험 상품의 목적과 특성에 맞게 자산 운용을 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은 있어요.
학부생에게 대기업의 임원을 만나 뵐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후배 학부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 이전에는 경제학부 졸업생들이 소위 재벌 기업에 입사하기를 꺼렸어요. 실제로 제 동기들을 봐도 대기업에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삼성이라는 곳은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서 특별한 advantage를 주지 않는 것 같아요. 학연과 지연을 따지지 않는 곳이어서 좋아요. 공기업과 같은 곳의 경우 정권의 영향을 일부 받는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그런 스트레스 요인은 없습니다.
그럼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에 아무런 메리트가 없느냐고 한다면, 눈에 안 보이는 메리트는 당연히 있죠. 직장에서 하는 일이 사실은 그렇게 난이도 높은 일은 아니에요. 회사에서는 나름 성실하게는 살았지만 그 레벨에서 평균적인 사람들의 수준으로 일을 하는 거예요. 그 안에서 서울대 출신으로 똑똑하다 내지는 열심히 한다 이런 건 누구나 다 인정을 합니다. 다만 ‘저 친구 사람이 참 좋다’ 이런 측면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다면 메리트가 확실히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사가 내게 100을 요구하면 적어도 110, 120을 해보고, 또 내가 이것을 드렸을 때 상사가 더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또 모나지 않게, 뭔가 맞지 않으면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해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대기업의 임원이 되면 업무가 많고, 시간 관리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관리의 비법이 있을까요?
▶ 일을 잘하면 돼요. (웃음) 지금은 말단직원이 가장 빠르게 퇴근할 정도로 계급 간 문화가 사라진 편이거든요. 결국 일을 한 시간보다는 성과로 판단이 되는 거죠. 회사와 내 일에 도움이 된다면,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와도 되는 자리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최신 사안들을 follow-up 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증권사에서 제작하는 보고서를 읽고, 유튜브도 참고하면서 시장의 sentimental을 파악합니다. 또 신문이나 잡지보다는 인터넷 뉴스를 참고하는 편이에요. CNN과 BBC가 경제, 정치 관련 큰 이슈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국제정세에 관한 시각도 가질 수 있어요.
추천해주시고 싶은 책과 강의가 있을까요?
▶ 대학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등 가벼운 책을 좋아했어요. 복거일 소설가님, 이문열 작가님 등 유명한 작가 분들의 소설도 많이 읽었어요.
경제학부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채권 관련된 책을 하나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는 학부생 시절에 《Fixed Income》이라는 교재를 여러 번 봤어요. 그 책을 통해 모든 금융 자산과 투자 자산은 결국은 다 채권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분자 분모를 바꾸는 것뿐이에요. 특히 앞으로 자산운용업이나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저는 채권 텍스트북을 하나 정도만 집어서 공부할 것을 추천합니다. 학부 수업은 이준구, 정운찬 교수님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금융시장의 큰 그림을 그리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 전망을 한다는 것이 결국은 시장에서 consensus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보는 거예요. 우리는 보험회사에서 자산운용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년 한국 GDP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한국의 GDP가 어떻게 가고 있구나’ 하는 판단을 하고 그 과정에 가치 판단이 들어가죠. 추세와 강도, 그리고 그에 따른 채권 금리의 전망치의 변화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우리의 전략을 설계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예상대로 안 됐을 경우에 대한 백업 플랜까지 구성해 두는 게 우리 일이에요. 이른바 플랜 b라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부 학부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 공무원, 회계사, 로스쿨 말고도 사회에는 다양한 진로가 있어요. 많은 선배들이 다양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여건이 되는 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조그마한 집이라도 자기 집을 사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나치게 계산하거나 분석적인 사람은 개인 투자에서 성공하기 어려워요. 고려사항이 많아서 과도하게 위험 회피적이거나 겁이 많은 거예요. 내가 이 대출 이자를 이렇게 내서 집을 사는 게 도움이 되나 싶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합리적으로 흐르지 않아요. 저는 합리적 기대 가설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특히 우리, 대중의 행동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빨리 사는 게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감당할 수 있다면 레버리지도 써보는 게 나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우선 투자를 해보는 게 우리 경제학부 후배들한테는 큰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기획/편집: 김명진
진행: 김명진, 윤재우, 최형석
제작: People of 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