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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ni Interview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시니어 매니징디렉터파트너, 최인혁 동문과의 인터뷰

2024-09-02l 조회수 395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초여름의 기운이 스미는 2024년 5월 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시니어 매니징디렉터파트너 최인혁 동문(경제학부 91학번)을 인터뷰했습니다.

어떠한 학부 생활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대학에 들어와 보니 두 가지 유형의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부류는 어릴 적부터 서울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 왔던 친구들이었고 저는 반대로 고등학교 때 철이 들어 막판에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전자의 친구들이 오히려 삶이나 진로의 방향을 잃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서울대를 간다는 게 최고의 목표였는데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난 그 다음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반면에 저는 상대적으로 좀 힘들게 들어왔다 보니 이 기회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입학하였던 91년도에는 한국이 굉장히 고도성장기에 있었다 보니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지만 취업과 별개로 “내가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일단 학부 공부도 좀 열심히 했었고 공부 외에도 새로운 걸 해보자 해서 사격회 동아리 활동도 3학년까지 했었고, 대학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준비들도 많이 하면서 보냈어요. 어떻게 보면 예전 동기들에 비해서 나름 철이 좀 빨리 들었던 것 같네요.

기억에 남는 강의나 활동이 있으신가요?
▶ 김태성 교수님과 이준구 교수님의 강의가 기억에 남아요. 김태성 교수님은 제가 입학했을 즈음에 부임하신 분이셨는데 다른 노교수님들에 비해 강의 준비도 열심히 하시고 내용도 굉장히 어렵지만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셨어서 그 분의 강의가 기억이 납니다. 다음으로 이준구 교수님이 미시경제학 수업이 기억에 남는데, 그 당시 한 200명 정도 강의를 들으면 한 100명 정도에게 F를 주셨어요. 그래서 제 친구 중에 행시 수석 한 친구도 그 수업을 들었다가 F를 받기도 했어요(웃음). 물론 요즘에는 그런 강의 아무도 안 듣겠지만 당시에는 취업이나 학점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어서 치기에 듣던 친구들이 꽤 있었죠.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사격회 동아리 활동을 소중한 경험으로 갖고 있어요. 대학 입학 전에 영어 학원에 갔었는데 그때 우연히 사격회 선배를 만나게 되어 사격회를 추천받고 내가 총을 쏜다 이러면 멋있어 보여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당시에 서울 내 7개 대학 정도에 사격 동아리가 있었는데, 다른 대학들은 좀 프로페셔널한 분위기였지만 서울대는 교내 다른 운동팀처럼 우리끼리 즐기는 모임 느낌이었어요. 사격회 활동을 하면서 다른 과에 계신 여러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고 나름 동아리 회장도 하게 되면서 리더십에 대한 경험도 해볼 수 있었어요.


학과 졸업 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하셨는데, MBA를 가신 이유와 그 매력은 무엇인가요?
▶ MBA는 회사로부터 스폰서십을 받아 가게 됐어요. 학부생 때 고시 공부를 해봤는데, 평생 공무원으로 살 자신은 없어서 다른 진로를 찾아보다 경영학과 친구를 통해 MBA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이후에 MBA를 다녀오신 분도 소개받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MBA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져서 “MBA에 가기 위해 어디를 가면 좋을까?”를 고민하다 컨설팅 회사에 가면 MBA 진학에도 유리하고 스폰서십도 제공해준다는 걸 알게 되어 BCG에 가게 되었죠.
  MBA의 매력은 요즘에는 조금 의미가 달라지긴 했지만, 당시에는 MBA가 일종의 기업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하면서 MBA를 통해 다른 지역이나 다른 분야로 이직할 수 있는 커리어 체인지의 기회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쭉 한국에서 자라왔었고 당시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같은 것도 없었기에 해외에서 공부를 해볼 수 있다는 점도 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컨설팅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질이 필요한지, 그리고 컨설팅과 잘 맞는 사람의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글쎄요. 저는 컨설팅은 좋은 직업이지만 누구에게나 맞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업무 강도가 다른 곳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특히 야근이나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본인과 가족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도 좀 쉽지 않을 거예요.
  흔히들 컨설팅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배운다’의 실체를 생각해 보면 내가 모르는, 불편하였던 것들이 편해지는 과정이잖아요. 컨설팅 또한 새로운 것들, 변하는 것들에 대해 빨리 습득하고 그 습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어야 할 거예요. 쉽게 얘기하면 어려운 수업을 계속해서 듣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어려운 과목도 여러 번 듣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처럼 컨설팅도 “내가 모르는, 불편한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알아야 하는가?” 이걸 컨설팅에서 프레임워크(Framework)라 하는데 이런 것들을 계속 트레이닝 하는 거죠. 이런 점에서 컨설팅은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몇 가지 더 얘기하자면, 경제신문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들이 어떤 구조로 돈을 벌고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지? 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관심, 기본적 회계지식 같은 것들도 처음에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컨설팅이 아무래도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관심, 협력할 때의 요령이나 내가 아는 것들을 잘 설명하고 잘 설득하는 능력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하나의 어떤 큰 역량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여러 작은 소양들이 하나하나 모여 컨설턴트의 자질을 구성한다고 보면 됩니다.

BCG 입사 전, LG-EDS 시스템즈에서 시스템 분석가로 근무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첫 직장에서의 경험과 선배님께 있어서 첫 직장의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 설명을 드리자면, LG-EDS 시스템즈는 병역 특례로 가게 되었어요. 현재는 LG CNS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 입사했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학교에서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돈을 내고 다녔지만, 회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돈을 받으며 일하는 곳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사회라는 곳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죠. 특히 그룹 연수를 받으러 갔던 경험이 기억에 남는데 교육 내용이 처음에는 저에게 꽤 생소하게 느껴졌어요. 전화 받는 방법, 명함 주고받는 방법, 차를 타면 어디가 상석인지 이런 것들을 나름 똑똑하다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가르쳐주는 거예요. 그래서 당시에는 이런 걸 왜 가르치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들이 돌이켜보니 “사회에서의 룰은 이런거다”를 굉장히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BCG에 들어오니 이런기본적인 룰들을 하나도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물론, 트레이닝도 하고 선배들이 팁도 주지만 사회 초년생의 입장에서는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저는 그래도 첫 직장에서의 경험 덕에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LG에서 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었는데 당시에는 되게 낯설었던 코딩이라는걸 하면서 프로그래밍에 적용되는 논리적 사고 방식들을 배울 수 있었고 나중에 컨설팅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BCG에서 전자, 통신, 미디어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다수의 프로젝트를 이끄셨습니다. 산업별로 컨설팅 방식에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먼저, 통신 미디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로컬 성향이 강한 편이에요. 그러니까 SKT, KT 같은 기업들은 주로 사업이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거지만 삼성, LG, SK하이닉스와 같은 전자 업종은 사업의 80~90%가 글로벌대상이기때문에 프로젝트 주제도 대부분 한국을 벗어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전자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산업의 사이클이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 같은 제품들도 1년 단위로 신제품이 출시되고, 그 주기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의사결정 사이클도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 컨설팅을 요청할 때도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 이슈에 대한 질문이 많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면에서 다른 분야의 컨설팅과 차이가 있죠. 그래서 제가 맡은 이 분야가 클라이언트들이 더 demanding하다, 컨설팅 주제가 더 어렵다 등등으로 BCG 내에서도 다소 악명이 높은 편인데 아무래도 분야 특성상 빠른 결정이 필요하고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그렇죠.
  제가 국내 전자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일한 지 거의 20년 정도 되었는데 당시 LG 삼성과 같은 회사들이 갖고 있던 위상이 현재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차이가 컸어요. 저는 그 기업들의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주제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 휴대폰을 더 잘 팔기 위한 유통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거나, 당시에 당시 휴대폰 시장 1위였던 노키아를 어떻게 이길 것인지, 미국 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인지, 또는 중국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등의 주제들을 다루면서 평소에 못 가볼 곳들도 많이 가보고, 못 만나볼 사람들도 많이 만나볼 기회가 있었죠. 또 BCG 내부적으로도 전세계 컨설턴트들이 모이는 자리들이 있는데 예전에는 삼성, LG 얘기를 하면 무슨 회사인지도 모르다가 이제는 다들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하는 것들을 보면 저도 컨설턴트이기 전에 한국 사람의 한명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점입니다.


TMT(테크놀로지/전자, 미디어, 통신) 부문 컨설팅을 주력으로 해오셨는데, 해당 분야에서 컨설팅 업계의 전망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 우리나라에서 TMT 업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요. 그래서 저는 TMT 분야에서의 컨설팅이 상대적으로 잠재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일본만 봐도 TMT 컨설팅 팀이 한국보다 한 3~4배 더 규모가 큰데 아무리 일본의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해도 그 정도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겠죠. 인당 GDP는 이미 우리가 같은 수준까지 왔고 인구수 및 경제 규모가 일본이 우리보다 한 2배 정도라고 계산해도 국내 TMT 부문 컨설팅 시장이 현재의 2배 이상은 더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테크놀로지 업계는 대부분 스타트업, 벤처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기업들은 컨설팅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추세인지 궁금합니다.
▶ 질문하신 내용이 요즘 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네요. 우리나라 TMT 산업의 구조를 보면 삼성, LG와 같은 기존의 대기업들이 있고 그다음에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 게임 회사, 엔터 업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후자의 기업들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컨설팅의 클라이언트가 되는 과정이 있는데 주로 창업을 하신 분들은 보통 컨설팅에 대한 니즈를 많이 못 느끼세요. 왜냐하면 내가 이 회사를 만들고 키워냈는데 제삼자에게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거죠.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로 회사에 전문경영인이 들어오고 기업경영이 시스템화가 됨에 따라 컨설팅의 역할들이 더 커지커지거든요. 근데 앞서 말씀드렸던 회사들은 아직 창업자 운영 체제라 소위 말하는 경영 시스템 같은 것들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어요. 창업하신 분의 개인기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것들이 많고 대부분의 의사결정들이 그분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컨설팅이 제안하는 것들이 수용되기가 좀 쉽지는 않죠. 물론 최근 들어 창업자분들도 점차 후선으로 물러나고는 있지만 그분들이 나중에 완전히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고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구조가 갖춰지면 그때는 컨설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커질 거예요. 예를 들자면, SM엔터테인먼트도 과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운영할 때와 지금 전문경영인이 운영할 때를 비교하면 경영 시스템이 상당히 다르거든요. 회사의 성장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고, 그 이후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영의 시스템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컨설팅이 할 일이 굉장히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이나 엔터 업체들도 결국 1인 경영에서 시스템 경영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올 거고,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게 컨설팅 업계의 과제가 될 거예요.

컨설턴트로서 마주하는 딜레마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그 상황을 어떻게 조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주니어로 실무에서 일할 때와 파트너가 됐을 때와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주니어 때는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함께 효과적으로 일할 거냐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특히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고, 그 업계에서 오래 일한 클라이언트분들을 상대로 뭔가를 해야 하니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또 막상 지나고 보면 그것들도 엄청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분들은 친한 선배님들 대하듯이 진심으로 잘 대해 드리면 되는 거고 요즘 업계에 계신 분들도 컨설팅에 대해 잘 이해해 주셔서 나이 어린 사람이 와서 컨설팅을 한다는 거에 대한 질문 같은 건 적게 하세요.
  파트너의 경우에는 모든 조직에서의 경영진들이 가지는 고민과 유사한 부분일 텐데 하나의 정답이 있기보다는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가치 판단을 해야 하고 때로는 타협해야 할 일들도 많이 생겨요. 예를 들자면, 현재 클라이언트의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인데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면 파트너로서 어느 정도에서 이 일을 끊을 것인가에 대해 판단해야 할 거예요. 아니면 컨설팅을 받는 클라이언트들에게 프로젝트의 어느 부분까지 제가 말씀드리는 게 이 조직의 상황을 봤을 때 맞을까? 와 같은 고민에서도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어느 조직이든지 경영진이 되고 나면 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측면에서, 파트너로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팀이 봤을 때는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프로젝트나 재미없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것들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 등등 다양한 부분에서 가치 판단과 밸런스를 맞춰야 할 일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던 주니어 때가 돌이켜 보면 더 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학부생들에게 추천해주시고 싶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학부생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에 경영대에 계셨던 윤석철 교수님의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라는 책이 있어요. 그런 얘기 들어 보셨을 것 같은데 고급, 최신 기술을 다루는 강의는 갓 졸업한 교수가 하고 정말 고수나 원로 교수는 원론을 가르친다고 하잖아요. 원론으로 돌아와서 그거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거는 이런 식으로 보는 거야”를 가르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일 거거든요. 근데 윤석철 교수님이 쓴 그 책이 제가 읽었을 때는 정말 그런 고수가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으로, 경제학부 학부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 30대까지, 특히 첫 직장을 고를 때는 돈보다는 나의 몸값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으면 해요. 월급 100, 500만원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내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숫자가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입사에만 포커스를 두지 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입사 후 내가 이 일을 정말 즐길 수 있을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단순히 한 번 시험 잘 봐서 평생을 잘 살겠다, 혹은 좋은 곳에 입사해서 쭉 올라가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생각만큼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가 대학교 입학할 때는 대기업은 누구나 다 가는 그런 시기였다고 했잖아요. 근데 제가 졸업할 때 즈음에는 IMF가 터지면서 그 당시에 기업들이 20~30%씩 감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 졸업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어요. 당시 경제학부생들이 지망하던 대기업들 중 현재는 망해버린 회사들도 여럿 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가 졸업하고 나서 한 25~30년을 돌이켜봤을 때 지금 생각하는 사회와 이후에 직접 일할 사회는 굉장히 다를 확률이 크다는 전제를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앞서 말한 이런 고민들을 한다고 바로 정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커리어, 첫 직장을 택할 때는 돈보다는 그런 고민들을 먼저 하고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기획/편집: 강훈호

진행: 강훈호, 윤재우, 이유빈
제작: People of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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