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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ni Interview

실감 콘텐츠 시장의 선두 주자, 디스트릭트 대표 이성호 동문과의 인터뷰

2023-04-17l 조회수 958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벚꽃이 활짝 핀 2023년 4월, 아르떼뮤지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디지털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의 대표 이성호 동문(경제학부 99학번)을 만났습니다.

어떤 학부생활을 보내셨나요? 학부생 때 가지셨던 가치관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 주변 친구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대학생활을 보낸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고등학교 때까지 성실한 학생이었고요. 원래는 지리를 좋아해서 지리학과를 지망했으나, 소위 말하는 ‘점수 맞춰서’ 경제학부에 입학했죠. IMF 사태 직후에 학교를 다닌 99학번인지라 주변 학부생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직업이 선호되는 경향이 강했어요. 사법고시, 행정고시, 회계사, 금융권 등의 진로가 인기가 많았고, 저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었죠. 이 중 회계사 자격증은 꼭 회계사를 하지 않더라도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CPA 시험을 봤어요. CPA 시험을 보겠다고는 학부 3학년 때 결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생활의 상당 기간을 시험 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네요. 
  학부생 때는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었고, 남들이 하는 걸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주변에서 많이 준비하는 회계사라는 진로를 결정했죠. 경영대학원도 군대에 가기 이전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자 선택하게 되었고요. 많이들 저에게 특별한 목표와 가치관이 있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인상 깊은 학부생 때의 활동이 있으신가요?
▶ 저는 동아리를 하나도 안 했어요. 그렇지만 독특한 경험은 많이 했죠. 학부생 때 두 번의 사업을 시도했었어요.
  첫 번째 사업은 ASAP 911이라는 오토바이 수리 관련 서비스였어요. 저는 시골에서 왔기에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었어요. 기숙사에서 16동으로 아침수업을 들으러 가기 힘들어서 중고로 오토바이를 하나 샀는데, 오토바이가 자주 고장나서 수리 맡길 일이 많았어요. 오토바이 수리 절차의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한 학기 휴학하고 친구와 선배와 ASAP 911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오토바이가 고장 났을 경우 전화만 하면 근처의 오토바이 가게에서 와서 오토바이를 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죠. 당시에 퀵서비스 때문에 오토바이 붐이 있었기에 오토바이 고장에 대한 수요도 높으리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나름의 벤처 정신을 가지고 서울시내 오토바이 수리점들을 돌아다니며 가맹계약을 시도했어요. 꽤 많은 가맹점이 한 달에 오만 원의 가맹비를 지불하고 가입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서비스는 잘 안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오토바이 수리비에 덤터기를 씌우는 게 일반적이었기에, 사람들이 멀더라도 자기가 오토바이를 산 곳에서 차를 불러서 수리를 받더라고요.
  두 번째 사업은 배달음식과 관련된 서비스였어요. 요즘에는 학교에 편의점도 있고 식당도 많지만 제 학부생 때는 그렇지 않아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죠. 그때는 배달 앱이 없을 때라 기숙사 방문마다 배달음식 전단지가 많이 붙여졌고, 그걸 보고 주문을 했죠. 그러나 학교에 있을 때는 전단지가 없었기에 식당의 번호와 메뉴를 알지 못해 주문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그곳에 전단지를 스캔해서 올렸죠. 학교에서도 웹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할 수 있도록요. 말하자면 배민 같은 서비스인거죠. 가게 사장님들을 찾아가서 가맹비를 내주면 전단지를 웹사이트에 올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사장님들은 웹사이트의 홍보 효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가맹비를 달가워하지 않으셨어요. 또한, 당시에는 모바일이 없었기에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사업 또한 시대와 잘 안 맞아서 성공하지는 못했죠.  
  돌이켜 보면 벤처 사업에 학부생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같네요.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경제학부 전공이 디자인 회사 대표로 일하는 것에 있어서 가지는 메리트가 있나요? 
▶ 사회에 나와보니 경제학을 공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학을 공부할 때는 비현실적인 가정들을 전제로 상황을 분석하게 되지만, 이런 공부를 통해 상황을 경제학적으로 생각하는 사고 체계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효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을 공부했다면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되는 의사결정 방식은 무슨 일을 하든 든든한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경제학은 무척 유용한 학문이죠.
  디스트릭트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만큼, ‘대중이 우리가 만든 것을 좋아하고 즐기도록 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인 회사이지만, 디자인과 무관한 학문을 전공한 제가 대표이사인 것이 우리 회사의 장점 중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제가 보았을 때 이해하기 쉽고 좋으면 대중 또한 그러리라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커리어를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에 무엇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고 말씀하시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주신다면?
▶ 살아가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하는 수많은 순간이 존재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그래프와 수식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알려주지만, 인생에서 그래프가 답을 알려주는 선택의 순간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가정을 통해 배제할 수도 없고요. 이 길로 가면 어떻게 될 거고 저 길로 가면 어떻게 될 건지 알 수 없죠. 그렇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길을 명확하게 선택하기는 쉽지 않죠.
  그런 순간이 올 때 스스로의 직관을 믿으려고 합니다. 선택을 주도적으로 해야 그 결과에 따르는 후회가 없을 것이기에 파악한 정보 하에서 직관을 따라가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동기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대다수는 자신의 직관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더 귀를 기울였기에 저처럼 이상한 길을 가지 않고(웃음), 경제학부 졸업생들이 할 법한 커리어 생활을 하는 것 같네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선택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목소리를 그만큼 풍부하게 해두는 경험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부생 때 했던 경험 중 내면의 목소리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 학교 다닐 때 앞서 말했던 두 번의 사업을 비롯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에는 지도 위에 동전을 던지고, 동전이 떨어진 곳에 무일푼으로 무전여행을 가보기도 했죠. 그래서 나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돈없이 여행을 가게 되면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골치 아픈 문제 해결의 과정을 계속 거치게 돼요. 때로는 뻔뻔해지기도 해야 하고요. 모르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고 친해져서 뭘 얻어먹는 등 별의별 걸 다 해 볼 수 있죠(웃음). 편안한 여행보다 이런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무튼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이런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제가 직관에 의존해 결정할 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즐겨보는 매체나 출판물이 있으신가요?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철학 및 인문학 서적들이 인상적입니다. 
▶ 인문학 책을 많이 읽었어요. 학부생 때는 별로 재미를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문리(文理)를 트는 순간이 살다 보면 오는데, 그러다 보면 인문학 작품들이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책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도 못 본 지 꽤 되었네요. 그렇지만 다양한 책과 작품을 접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책과 영화, 드라마는 영감의 소스를 얻는 원천인데, 요즘은 일이 바빠서 못 보고 있네요.  

디스트릭트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신 후 회사에 어떤 변화를 만드려고 하셨나요? 기업 경영에 있어서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기업 경영을 논할 때 조직의 문화 측면과 비즈니스 모델 측면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직 문화의 측면에서는 저의 경우 직원으로 일하다 대표이사가 된 것이기에, 직원의 시각에서 좋은 회사이려면 어때야 하는지를 더 잘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스트릭트는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가치를 만드는 회사이기에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에요.
  사업적으로는 회사의 콘텐츠를 기업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원래 디스트릭트의 주 고객은 기업이었어요. 그러나 회사의 역량을 보았을 때, 일반 대중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면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고, 퍼블릭 미디어아트 ‘웨이브(WAVE)’ 프로젝트, 아르떼뮤지엄 등이 감사하게도 성공하며 지금의 변화들이 생긴 것 같아요.
  전임 대표이사들도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라이브파크(세계 최초의 4D 아트파크), 플레이 케이팝(K-POP을 소재로 홀로그램 공연과 증강현실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같은 시도를 했었지만, 사업적인 성과는 좋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회사 구성원들이 이미 두 번의 실패 경험이 있었고,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에 아르떼뮤지엄이라는 성공적인 B2C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르떼뮤지엄은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사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르떼뮤지엄의 어떤 점이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나요?
▶ 아르떼뮤지엄 개관 이전부터도 콘텐츠진흥원은 디스트릭트가 정부 지원을 받으며 좋은 결과물을 낸 것을 알았기에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었어요. 2020년 9월, 제주도에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할 때 회사가 재정적으로 힘들었는데 필요한 자금 45억 원 중 9억 원을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지원받았죠.
  정부기관은 대부분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라면 지원을 해주지 않습니다. 콘텐츠진흥원 또한 같은 방침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나 아르떼뮤지엄 설립 한두 해 이전에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이더라도 기업의 프로젝트가 좋으면 지원 가능한 것으로 방침이 변경되었어요. 그 덕분에 디스트릭트도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아르떼뮤지엄을 개관할 수 있었죠. 
  콘텐츠사업은 굉장히 모험사업인데다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였기에 쉽사리 지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텐데도 디스트릭트의 역량을 믿고 지원을 해준 콘텐츠진흥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감 콘텐츠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하셨는데, 한국이 실감 콘텐츠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우리는 실감 콘텐츠를 활용한 경험디자인을 하고 있고, 그렇기에 누가 무엇을 전공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전공이든 누구나 우리가 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습니다. 많은 우수한 사람들이 실감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고 여러 회사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며 적극적으로 성장하면 실감 콘텐츠 산업의 파이가 더 커질 거예요. 
  그렇기에 실감 콘텐츠 산업의 인재 풀의 저변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커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디스트릭트가 웹 에이전시로 시작했을 때는 웹 1.0시대였고 웹사이트 제작하는 것이 트렌디한 업무라는 인식이 있어서, 회사에 서울대/카이스트 출신이 많았어요. 그러나 요즘은 서울대 졸업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죠. 우수한 인재들이 실감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면 이 분야의 일이 좋다는 사례를 보여줘야 되니까 저도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에요.

디스트릭트에 대한 선배님의 비전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디스트릭트가 어떤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 아르떼 뮤지엄이라는 사업을 통해 디스트릭트가 사회에 주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술관에 가면 작품 설명을 봐도 작품에 대해 잘 모르겠더라고요. 미술을 공부한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굳어져가고 있다고 느꼈어요. 아르떼뮤지엄은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시각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디스트릭트는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콘텐츠를 통해 대중에게 수준 높은 시각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그 지점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디스트릭트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시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로 후배 경제학부 학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경제학부 전공인 제가 디지털 디자인 회사인 디스트릭트의 대표이사이듯이, 전공과 상관없이 어떤 조직에서든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 CPA, IB 등 전형적인 길이 아닌, 더 재밌게 인생을 살 기회가 있다는 것을 돌이켜 보니 알겠어요. 이런 말이 학부생 때는 진부하게 들릴 것을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도 그렇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아직도 ‘경우가’를 부르나요? 지금 학부생들은 모르나 보군요. 제 또래 경제학부 출신들은 ‘찬 이성 더운 가슴’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거예요. 경제학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결정을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찬 이성과 맞닿아 있죠. 그러나 우리는 더운 가슴과 열정을 갖고 세상을 대한다는 의미에서 ‘찬 이성 더운 가슴’ 이라는 말을 했었어요.
  ‘더운 가슴’에 대해 숙고해보고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찬 이성에만 기대서 돈 많이 버는 인정받는 직업을 택하기보다는, 더운 가슴과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바랍니다.


기획/편집: 오한결, 주민정
진행: 오한결, 이윤경, 조유빈, 주민정
제작: People of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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