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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ni Interview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 크몽의 대표이사, 김태헌 동문과의 인터뷰

2023-10-04l 조회수 549



[Alumni Interview]
민간, 공직, 학계에 진출해 계신 경제학부 동문들을 인터뷰합니다. 동문들의 학부생 시절, 진로 선택 동기, 현업에서의 고민, 후배 경제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아 경제학부 학부생에게 폭넓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문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Alumni Interview를 경제학부 홈페이지에 매달 하나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선선함이 깃든 2023년 9월 말,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 크몽의 대표이사 김태헌 동문(경제학부 98학번)을 인터뷰했습니다.

어떠한 학부 생활을 보내셨나요? 학부생 때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가지셨었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굉장히 자유롭게 학부 생활을 보냈어요.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 시도해보기도 했어요. 저는 단순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 외에도 실물과 접점을 많이 만들기 위해 많은 경험을 했었는데요, 경제신문에 기업분석 기사를 기고해보기도 하고, 주식 투자 방송에 나가보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생활 때 큰 고민 없이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네요. 굳이 비전이라고 하면 커리어나 직업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정말 없었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줄 때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그때 형성된 것 같아요.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영향을 주면서 살고 싶다’ 정도의 비전이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동아리 활동이나 강의가 있으신가요?
저는 ‘경제사상연구회’라는 동아리를 아주 열심히 했어요. 학회장도 맡아보고 함께했던 동아리 부원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요.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경영대 학회 중에 서울대 투자 연구회 스믹(SMIC)에 들어가서 5기 회장직도 맡으면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두 가지 동아리가 저에게 각각 의미가 달랐어요. 먼저 경제사상연구회는 처음 대학생이 되어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만나게 된 생활 공동체에 가까웠다면, 스믹은 앞서 언급한 경제 기사도 직접 써보고, 학생 신분으로 하기 어려운 실물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하게 된 동아리였어요. 지금도 스믹을 함께했던 친구들, 선후배들은 끈끈하게 자주 만나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것 같네요.
기억에 남는 강의는 지금은 총재님이신 이창용 교수님의 거시경제이론과 주식, 채권, 파생상품 강의예요. 저는 항상 실물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너무 이론에만 매몰되지 않고 현실과 연계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중간고사 때 1번 문제가 ‘오늘의 주가지수는?’이었던 것이에요. 이런 식으로 현실과 접점을 두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학부 생활을 하시면서 실물과의 접점을 중시하셨던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성향이 실물에 적용해보면서 현실적인 것에 가치를 두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부를 계속 한다고 할지라도 현업에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어요. 책에서 나오는 개념을 그냥 듣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기업 자본 구조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는 정확히 이해해야하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기업가치 결정은 보다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런 식으로 저는 잘 정리된 이론에 매력을 느끼지만 실물에 적용되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와튼 스쿨 진학을 결정하신 과정과 와튼 스쿨에서의 경험이 직업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저한테 ‘와튼 스쿨’보다는 유학 자체가 중요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한국 토박이였어서 영어를 잘 못했거든요. 그래서 첫 커리어부터 해외에서 꼭 한번 진하게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는 컨설팅을 하면 MBA가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서 지원하게 됐고 합격해서 가게 되었어요.

(유학 경험이 이후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유학 경험이 구체적으로 커리어에 어떤 도움을 주었다기보단, 저의 경우에는 해외 경험이 부족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BCG에서 일할 때 1/3 정도는 해외학교 출신이었는데, 문화적, 지식적으로 벽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유학을 통해 한국보다 큰 문화와 경제 규모를 경험한 후 유학 전에 비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제가 어떤 경험을 하든 누구에게 내 생각을 말하든 훨씬 자신감이 생기고 힘이 실리게 되었어요.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석사라는 학위를 취득한 거니까(웃음) MBA 학위를 소지한 사람, 해외 경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할 때 더 많은 기회가 열리죠. 
이렇게 해외의 큰 규모와 로직을 경험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자산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해요.

BCG에서의 컨설팅 경험이 '크몽'을 운영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BCG라서 특별했다기보다는 어떤 것을 보고 배우는지, 어떤 가치관을 함양하는지가 중요한 사회 초년생에게 ‘첫 커리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BCG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generalist의 스킬을 많이 배운 점이었어요. 컨설팅은 다양한 산업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다뤄요. M&A를 했다가 조직 구축 프로젝트를 했다가 신사업 개발을 했다가 등등 여러 일들을 하는데,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중요하고 도움이 많이 돼요. 제가 지금 크몽에서 하는 일이 경영이고, 특히 최근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 분야가 HR(Human Resources)이거든요. 이 경우 예전에 HR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이 도움이 돼요. 모든 것을 깊게 알지 않더라도 여러 주제들의 핵심적인 로직을 알고 있으면 회사를 경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컨설턴트들은 generalist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고 최근에는 컨설팅 업계에서 전문성이 굉장히 강화되는 추세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generalist라는 특징이 다른 업에서는 갖기 어려운 독특한 특징인 것 같아요.

컨설턴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하실 시점에, 향후 타 기업으로의 이직 가능성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럼요. 컨설팅은 어느 정도는 사관학교 같은 느낌이에요.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그 경험을 레버리지해서 마음 끌리는 다른 것을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하나의 직업을 평생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어서 옛날부터 막연히 평생에 걸쳐 3~4개 직업을 하면서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BCG에서 크몽으로 이직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제가 이직에 관심이 생기던 시기에 재미있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던 시기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고, 제가 특히 인력 매칭하는 것에 원래 관심이 많아서 크몽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컨설팅을 하다보면 잘 모르는 산업에 대해서 컨설팅을 할 때 인터뷰 플랫폼을 많이 사용해요. 그런데 연결해주는 대가가 엄청 고가라서 프로젝트 하나에 수천 만원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이런 인력 매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크몽에 관심이 생겨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경제학부 전공이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 대표로 일하는 것에 있어서 가지는 메리트가 있나요?
‘경제학 지식’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지는 않고, 넓은 의미에서 경제학적인 사고력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경제학이 사회과학 중에서 학문적 체계가 잘 잡혀있고 수학적 검증을 많이 사용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논리적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게임이론을 배울 때 방정식을 푸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현상과 사물을 뒷단부터 생각하고 트리로 나누어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처럼요. 이런 것들이 모여 회사를 경영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현재 크몽의 사업과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계시는데, 기업 경영에 있어서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느끼기에 아직 철학을 가질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경제 또는 경영학에 익숙하면 주주 자본주의에 익숙한데 제가 경영을 경험해보니까 이해관계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 팀원분들, 프리랜서분들, 구매자분들, 주주분들 등 이해관계자분들을 고려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크몽이 이해관계자분들과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크몽에서는 10년째 연말마다 ‘크몽 어워즈’라는 행사를 열어서 높은 수익을 달성한 프리랜서분들을 시상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홍보 목적을 떠나 프리랜서분들의 성과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바라는 동시에 그분들의 성공 방정식을 다른 프리랜서분들에게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런 행사를 진심을 가지고 계속하다 보면 크몽이 프리랜서 산업 분야에서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크몽'이 어떤 회사로 성장해나가고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꿈꾸는 크몽은 ‘모든 서비스를 거래하는 플랫폼’이에요. 제가 가끔 크몽 내부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에는 커머스, 신선식품을 거래할 때에는 신선식품 커머스, 무형의 서비스를 거래할 때는 크몽”이라는 말을 써요(웃음). 이처럼 형태가 잡히지 않은 서비스인 expertise를 제품화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함께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즐겨보는 매체 혹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으신가요? 이중 학부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매체/책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에 즐겨보는 것은 유튜브 슈카월드예요. 거의 매 아침마다 보는 편이에요. 책의 경우 요즘 워낙 다작이다보니 좋은 책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이론적인 베이스가 있거나 경험의 깊이가 있는 책을 즐겨 읽는 편이에요. 학부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으로는 제가 대학교 때 좋아했던 ‘아직도 가야할 길(M. 스캇 펙)’, ‘전염성 탐욕(프랭크 파트노이)’이 있어요.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은 자아 성찰과 자아 실현에 대해서 가볍지 않지만 마음에 와닿게 쓴 글이라서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제임스 홀리스)’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이 책은 융 심리학을 기반으로 ‘왜 사람의 심리가 나이가 들면서 내면의 아이(inner child)에서 부조화가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경제학부 학부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로 고민이 당연히 많겠지만, 걱정 안하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이 다가올수록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점점 심해지는건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면 결국 그때 잘 놀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 지금도 잘 풀려서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요. 커리어라는 것이 자로 재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그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Insecure Overachiever’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무엇을 해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씩 더 성취하려고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이들은 항상 불안하고 불안정하거든요. 저도 그런 성향이었고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보다는 진정으로 즐기는 것에서 비롯되는 성취를 이뤄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시기에 학부생 여러분들이 나를 들끓게 하는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열정과 매칭시키는 경험을 많이 하기를 바라요.




기획/편집: 이윤경

진행: 김명진, 오지혜, 윤재우, 이윤경, 최형석
제작: People of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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